▲왕관을 쓴 자의 무게

◆기고문= 이승은 숙명여대 교수
▲왕관을 쓴 자의 무게

▲이승은 교수
▲이승은 교수

△기후위기가 감염병을 부른다.

Coronavirus는 corona 가 "crown" 이란 라틴어이다.. RNA 바이러스중 크기가 가장 큰 바이러스이고 이름은 발견한 사람이 그 모양을 보고 이름을 붙인다.

지구상에 코로나바이러스가 500여개 있다고 하며 약 2개는 감기 바이러스로 매년 일류를 괴롭히고 있다.

하찮아 보이는 바이러스 하나에서 시작한 코로나19는 우리 문명의 기반이 얼마나 허약하고 위태로운지를 보여준다. 백신이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에 확산을 막으려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해야 하는데 이로 인해 전 세계가 비틀거리고 도시는 조용해지고 여객기가 날지 못하고 경제는 휘청거리고 있다.

감염병은 과거에도 인류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기원 후 몇백 년에 한 번씩 일어나던 감염병이 19세기에 4가지(콜레라, 황열병, 제삼 역병, 러시아 독감) 그리고 20세기에도 4가지(스페인 독감, 아시아 독감, 홍콩 독감, 에이즈)가 발생하였다.

2000년 이후 지금까지는 사스, 돼지 독감, 메르스, 에볼라, 코로나19 확산이 있었다. 점차 우리는 더 위험한 세상을 향해가고 있다. 왜 그럴까? 이유는 무엇일까 궁금하다.


인간과 동물의 접촉

인류가 문명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짐승을 길들이기에 이르렀고 이때 가축 질병인 홍역, 결핵, 천연두 등이 사람에게 감염되었다.

미국 국립생물공학정보센터(NIH) 연구에 의하면 인간 질병 중 60%가 인간과 동물 사이 감염으로 일어났다고 밝혔다. 또한, 이 인수공통감염병이 새로운 질병의 75%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아직도 세계에는 우리가 모르는 바이러스로 가득 차있다. 생물의 다양성과 생태계 서비스에 관한 정부 간 과학-정책 플랫폼(이하, IPBES)에서 포유류와 조류에서 아직 인간에게 전파되지 않은 잠재적으로 유해할 수 있는 바이러스 수는 최대 170만 종류로 추정하였다.

코로나19는 기후와 직접 연관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후가 변하면 생물 종은 생존에 알맞은 지역을 찾아 나설 수밖에 없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인간과 접촉할 가능성이 커진다.

2010년에서 2015년까지 인간에 의해 개간된 숲의 면적이 대략 이탈리아의 크기와 같다고 2019년 IPBES 평가서에서 밝혀졌다.

이처럼 생태계가 급속하게 파괴되어도 야생동물이 인간과 접촉하는 경우가 늘게 된다. 여기에 더해 야생동물까지 먹어 보려는 인간의 탐욕으로 시장에 야생동물을 모아 놓아 감염병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

기후위기와 환경 파괴는 생물의 다양성을 줄이지만, 동시에 진화의 압력으로 작용해 새로운 종을 탄생시키기도 한다.

그 한 사례가 ‘런던 지하철 모기’다. 1863년 런던 지하철이 개통되자 지상에서 새의 피를 빨아먹고 살던 일부 모기들이 지하로 내려갔다. 지하에서는 새의 피를 빨 수 없어 쥐와 사람의 피를 빨도록 변화되었다. 이제 런던 지하철 모기는 땅 위의 모기들과는 교배할 수 없다. 인간에 의한 새로운 서식지가 새로운 종이 탄생하도록 한 것이다. 그 어느 때 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환경 변화는 생물 종이 빠르게 진화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준다. 즉, 우리가 처음 마주하는 감염병이 일어날 수도 있는 것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질병의 확산


지구 온난화로 수많은 생물종이 극지방으로 이동하고 있다.

과학 전문지 사이언스에 발표된 2017년 연구에서 10년마다 육지 종은 평균 17km씩 그리고 해양 종은 72km씩 극지방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추정되었다. 특히, 바이러스를 옮기는 곤충의 활동성은 기후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열대성 질병의 80% 이상은 주로 모기와 진드기와 같은 곤충이 전파하는 매개 감염이다.

지구 온난화는 모기의 생식 활동을 촉진하고 알과 유충을 저온 스트레스에서 보호함으로써 모기에 기생하는 병원체가 생존할 가능성을 높인다. 이로 인해 모기에 의한 열대 질병이 온대 지방으로 확산할 수 있다. 2019년 네이처(Nature Microbiology)에 실린 논문에 의하면 열대 지방에서 뎅기열을 일으키는 흰줄숲 모기가 2050년에는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북극 지방은 지구 평균보다 2~5배 빨리 가열되어 영구 동토층을 빠르게 녹인다.

2005년 지구물리학(Geophysical Research Letter) 연구논문에 따르면 영구 동토층은 현재 러시아보다 큰 면적이지만 이번 세기말에는 알래스카보다 작은 크기로 축소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영구 동토층은 춥고, 산소가 적고, 어둡기 때문에 미생물과 바이러스를 잘 보존할 수 있는 냉동저장장치다. 지구 온난화로 영구 동토층이 녹아 저장되어 있던 미세한 유기체들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

이미 과학자들은 3만 년 된 시베리아 영구 동토층에서 기존 바이러스보다 10배나 큰 바이러스를 발견했다.

다행히 이 바이러스는 인간에게 위협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영구 동토층에 묻힌 모든 미생물이 인간에게 위험이 되지 않는다고 확신할 수 없다.

알래스카 차가운 땅에 묻혀 있던 스페인 독감 희생자의 폐조직에서 1918년 5,0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바이러스를 2005년에 과학자들이 재생하는데 성공했었다. 1980년대에 공식적으로 소멸한 천연두 바이러스도 2004년 시베리아 영구 동토층에서 찾아낸 18세기 시체에서 발견되었다. 2016년 8월 러시아 시베리아 툰드라 지역에서 탄저균에 감염된 순록고기를 먹은 12세 소년이 사망하고, 72명이 입원했었다.

그해 평년보다 10도 이상 기온이 올라 75년 전 탄저균에 감염돼 죽은 순록이 영구 동토층에서 해동되었다. 감염된 순록의 병원체가 인근 하천과 토양으로 흘러들었고, 근처에서 풀을 뜯고 있던 2,000마리 이상의 순록을 감염시켰다. 결국 이 고기를 먹은 사람에게까지 탄저균이 전파되었다.

온대, 열대, 한대에 상관없이 기후위기로 모든 지역에서 감염병 가능성이 더 커지고 있다. 그렇다고 질병을 옮기는 생물 종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이들 종도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생물의 다양성은 생태계에 섬세하게 균형 잡힌 안전망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바이러스를 옮기는 박쥐는 수분작용을 하고 모기와 해충을 잡아먹는다. 종의 다양성에 손실을 일으키는 주요 요인 중 하나인 기후위기를 막고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들어야 질병의 위험을 막을 수 있다.

오늘날 감염병은 우연히 일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근본적으로는 기후위기의 한 증상이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므로 자연을 해치는 인간 활동이 결국 인간을 해친다. 눈앞에 보이는 고통스러운 코로나19 상황에서 과학은 감염병의 미래 위험이 감당할 수 없음을 알려준다.

우리는 감염병을 부르는 기후위기를 더는 외면할 수 없다.

★이승은 교수 간략프로필

?서울대 공과대학 석?박사 졸업
?서울대 대학원 언론학 박사
?환경다큐멘터리 PD
?<기후변화와 환경의 미래>저자
?<EU 기후변화 정책의 이해>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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