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 ESG의 역할

조명래(단국대 명예교수, 18대 환경부 장관) 기조발표
조명래(단국대 명예교수, 18대 환경부 장관) 기조발표

1. 뉴 노멀, ESG

영어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앞 글자를 모은 ESG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으로 경영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기업가치를 증대시키기 위한 경영활동을 가리킨다. 이는, 2006년 코피아난 유엔 사무총장이 지구환경과 사회를 위한 책임있는 투자를 강조하면서 금융업계에 제창한 ‘책임투자원칙(Principles for Responsible Investment, PRI)에서 유래했다.  2020년 11월2일 현재 이 원칙에 서명하고 동참하고 있는 기관의 수는 전세계적으로 3,453개 달한다(이창언, 이흥연, 2021: 91, 102). 최근 국제금융센터에 의하면 2020년 한 해 글로벌 자산운용사가 ESG를 평가요소로 도입한 자산은 45조 달러로 전체의 절반에 가깝다. 지난 6년간의 연평균 성장률 15%가 유지되면, ESG관련 글로벌 운용자산 규모는 2025년 53조 달러 이상으로 확대되고 2030년에는 ESG 비중이 95%에 달할 전망이다 (이창언, 이흥연, 2021: 104).
 
 

환경(E)을 중심(우선으로) 하는 ESG의 범위, 구속력, 영향력이 커지면서 기업의 환경사회적 책임(ESG)은 종전의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과 달리 ‘하면 좋은 것’에서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와 함께 그간 비재무적 리스크 관리로만 이해해 왔던 ESG가 이젠 재무적 혹은 투자 리스크 관리 그 자체로 간주되는 단계에 이르러 있다 (서남수, 2021). 선도적인 기업들은 ESG를 경영전략 변경의 핵심 준거로 하여 ESG 성과에 대한 수동적 평가를 넘어 ESG경영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적극적으로 만들어내고자 한다. 이에 각국 정부들도 그린뉴딜, 탄소중립을 선언하는 등 ESG 관련 어젠다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사회전반의 녹색전환을 이끌고 있다. ESG는 이젠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기후(생태)위기를 넘기 위한 새로운 규범, 즉 뉴노멀(new normal)이 되고 있다.

이는, ESG 경영환경이 포괄적인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는 것으로 변한 결과이다. 주주나 채권자뿐만 아니라 근로자, 소비자, 협력사, 경쟁사, 지역사회, 비정부기구, 정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이익 통합이 곧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좌우한다는 인식이 지금과 같은 ESG 확산의 배경이다 (김진성, 2021). ESG로 표현되는 환경사회적 책임경영은 실제 투자자, 금융기관, 신용평가기관, 다국적 대기업, 소비자 등에 의해 요구되고, 국내외 정부정책과 규제에 의해 강제되며, 기업의 새로운 성장기회에 의해 추동되고 있다. 특히, 이중에서도 이해 당사자들의 이익을 포함하는 확장된 주주가치를 추구하고, ESG 리스크 공시를 요청하며, 이를 바탕으로 ESG개선을 요구하되 수용되지 않으면 주주제안 등을 추진하는 투자자의 ‘ESG 행동주의’가 ESG 책임경영을 견인하는 핵심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서남수, 2021). 기업의 입장에서도 이해 당사자들의 요구와 이익을 통합하고 반영하는 ESG 책임경영이 주주이익과 기업이익의 장기적 실현에 필수적인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김용진 편저, 2021: 매일경제신문사, 2021).

ESG 책임경영은 이렇게 해서 착한기업을 만들고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따뜻한 자본주의로의 전환을 촉매하고 있다 (조신, 2021). ESG는 이해관계자의 이익(가치)사슬을 타고 민간기업 부문(예, 공공기관, 정부 등)을 넘어 공공부문까지 확산되고 있다. 가령, 정부(국가)는 ESG의 표준규범을 만들고 ESG 정보 공시를 규칙화하는 관리자이지만, 정부 자체가 ESG의 평가대상이면서 환경사회적 책임경영 기관으로 역할을 요청받고 있다. 시민사회도 기업의 ESG 정보 공개를 요구하고 평가결과를 검증하고자 하며, ESG에 맞춘 소비를 통해 기업의 환경사회적 책임경영을 묻고 있다. 탄소중립 시대를 맞아 시민(단체)도 환경사회적 책임에 걸맞은 (개인적으로 혹은 집합적으로) 일상 실천을 요구받고 있다. ESG는 환경사회적 책임성을 수행하는 전사회적인 행동 규범이자 프레임이 되고 있다는 뜻이다 (리베카 헨더슨, 2021).  

현재 ESG확산과 더불어 '글로벌 ESG생태계’가 구축 중이다 (기재부, 2021c).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사회적가치연구원(CSEC)의 8대 ESG 동향은 이를 뒷받침해 준다. 첫째, 금융위원회 ESG 정보공개 의무화 선언, 둘째 ESG 채권 발행 활성화, 셋째,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3기 시행, 넷째, 2050년 탄소중립선언, 다섯째 금융권 탈석탄 선언, 여섯째 환경부 그린산업 K 택소노미(taxonomy) 지정, 일곱째 여성이사 할당제, 여덟째 스튜어드 코드 개정 등이 그러하다.

2. ESG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UN의 책임투자원칙으로 제안된 이래, ESG는 자산운용사, 금융기관, 신용평가기관 등이 비재무적 분야의 기업경영 성과를 평가하고 이를 지표로 등급화 하는 식으로 운용되고 있다. ESG 투자가 글로벌 투자의 주된 흐름(main stream)을 이루고, 글로벌 대기업 중심으로 친환경적, 친인권적, 민주적 책임경영이 확산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ESG 운용은 기업의 환경 사회적 책임성을 실질적으로 이끌어내는 것보다 성과지표의 평가 자체에 주로 매몰되어 있는 모습이다. 이는 투자기관의 필요성에 의한 것이긴 하지만, 코로나 펜데믹과 기후위기의 대응으로써 ESG의 당위성과 확산추세 등을 감안하면, 성과지표의 평가보다 기업이 ESG책임경영을 실질적으로 실행하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하다. 이러한 목적으로 ESG를 어떻게 적용하고 운용할 지는 많은 사회적 숙의와 합의가 필요하다.

평가에 한정해 본다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우선, ESG 정보공개 표준은 GRI, SASB 등 대표적인 표준을 포함해 전 세계에 374개가 있다. 평가기준으로 보면, 국내외적으로 600여개의 평가지표가 사용되고 있다. 평가기관마다 평가지표, 세부항목과 내용이 다르다 보니, 동일한 기업에 대한 상이한 평가가 발생하고 있어, 평가대상인 기업에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러한 혼란은 기업의 ESG 경영 확산을 오히려 방해하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경영평가기준을 표준화하고 획일화할 필요는 없지만, 평가기관 간에 평가 결과 차이를 최소화하고, 평가의 투명성, 공정성, 나아가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선 최소한의 개관적인 표준규범 혹은 가이드라인에 맞춘 평가기준의 설정과 평가방법의 활용은 평가를 그 만큼 예측가능하게 하고 신뢰할 수 있게 할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글로벌 3대 기관의 평가기준들이 사실상 표준으로 활용되지만, 글로벌 기준이 국내에 그대로 적용하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다. 해외 ESG 지표는 우리나라 경영환경과 그 특수성을 제대로 반영하거나 고려하지 않아 국내기업의 역차별을 야기할 수 있는 문제도 없지 않다. 그렇다고 국내의 특수성을 우선적으로 반영하는 평가기준은 글로벌 평가기준과의 호환성과 범용성이란 측면에서 한계와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ESG 평가의 표준규범 혹은 가이드라인은 결국 공공선의 관점에서 정부가 나서서 작성하지 않을 수 없다.

평가기관의 난립도 문제다. 평가기관이 많다는 것은 평가기관 간의 평가 결과의 폭이 커서 평가의 적실성, 공정성을 담보해주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 난립은 경쟁으로 이어져 평가기관들이 영업 비밀을 내세워 평가기준과 방법 등에 대한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권위 있는 평가기관 조차 등급이나 점수를 매기는 기준을 공개하고 있지 않다. 피평가 기관인 기업의 입장에서 평가기관마다 자사의 ESG의 경영평가가 크게 달라 원인을 파악하여 미래를 대비하고자 하지만 평가기관의 비공개로 뜻을 이루지 못한다. 지표의 세부기준을 알기 위해서는 조사 대상 기업에 한 해 일정비용 내야 한다. 이는, ESG 경영을 평가한다면서 지표를 영업의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의미다. 기업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신뢰구축을 통해 지속가능한 기업이 되는 것을 돕는 ESG경영의 당초 취지가 평가기관을 자처하는 곳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게 된 것이다.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면서 ESG는 기업 스스로 환경 사회적 책임경영을 실행을 방해하는 걸림돌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모 경제지에서는 세계 최초로 AI 알고리즘을 이용해 ESG 평가를 한다고 하면서, 참여 기업에 수 천 만 원 상당의 엔트리 비용을 요구하지만, 정작 평가항목이 어떤 것들이고 알고리즘이 어떤 부분을 어떻게 평가하는 지 등을 알 수 없어, 평가결과를 신뢰할 수 없게 한다. 돈벌이를 위해 경쟁하게 되면서 평가기관들은 때론 참가 기업의 ESG의 평가결과를 주문기업의 입맛에 맞게 만들어주고, 그렇게 평가받은 기업은 이를 기업 이미지 홍보 등으로 이용하려 한다. 이 대목에서 제기되는 문제가 ESG를 빙자한 기업이미지 세탁, 즉 ESG 워싱(washing)에 대한 우려다. ESG 워싱은 녹색경영을 빙자한 기업의 이미지 세탁을 뜻하는 그린(green) 워싱 등으로 이어져, ESG를 통해 이룩해야 할 환경가치의 보호와 복원은 결국 더욱 멀어지게 된다. 

평가기준의 혼란과 평가기관의 난립은 그 만큼 민간주도의 평가 시장의 혼란을 의미한다. 이는 ESG 책임경영을 통한 이해관계자의 이익통합과 실현을 가로막고, 나아가 ESG 제도 자체의 발전을 어렵게 한다. 이에 각국 정부는 ESG의 표준화를 위한 법규화를 추진하려고 하지만, 평가기관은 물론 평가대상기관인 기업조차 ‘ESG의 법규화’를 시장에 대한 불필요한 개입으로만 간주하면서 저항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ESG는 민간이 주도해 왔고, ESG 평가도 민간과 시장이 주체임을 강조하면서, 정부의 ESG정책은 민간시장이 잘 해 오는 것에 ‘숟가락 얻기’ 혹은 ‘또 다른 규제’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최근 기업지배구조원이 제시한 ‘ESG 모범규준 개정안’에 대해 재계를 대표하는 전경련이 ‘사실상의 강력한 규제’로 간주하면서 반발하고 있는 데서, 이는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반발과 태도는 UN에 의해 제안되어 확산되고 있는 ESG를 시장 기득권자들이 기업이윤 극대화를 위한 도구로만 이용하고, 나아가 이미지 세탁용으로 이용하려는 잘 못된 믿음에서 기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지금의 범지구적 추세는, 기후환경위기를 극복하면서 사람존중 민주적 책임사회 구현에 기여하고자 하는 ESG가 기업부문을 넘어 공공부문까지 전사회적으로 확산되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경영에 직접적으로 관계되는 기업관련 이해관계자뿐만 아니라 기업 밖 사회적 이해관계자, 이를테면 소비자, 지역사회, 시민단체, 지자체 등과의 소통과 협력을 통해서도 이해 관계자 이익을 통합하고 반영하는 ESG가 되어야 한다. 가령, 기업들이 제품 및 서비스의 생산, 유통, 소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소비와 폐기물 처리까지 책임져야 한다면, 업스트림(upstream)부터 다운스트림(downstream)으로 이어지는 전 과정(가치사슬)에 연루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소통과 협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요시세피, 에드가 블랑코, 2021). 기업의 자율영역 밖 공적영역의 이해관계자들과의 이익조율과 통합까지 ESG에 포함된다는 뜻이다. 유럽연합이 ESG를 기업(시장)의 자율적 영역에서 공적 영역으로 끌어올려 공적 규범의 적용을 받게 하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진정한 ESG기반 책임경영을 위해선 기업들이 시장의 동굴에서 벗어나야 한다. 

3. 환경 사회적 전환을 위한 ESG의 역할 확대

유엔의 ESG 이니셔티브 배경엔 지속가능발전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글로벌 녹색경제 구현이란 의도가 깔려 있다. 이는 기업들이 ESG를 단순히 성과평가 지표나 등급화로 활용하거나 이를 이용해 비재무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도구로만 활용해서 아니 된다는 것을 말해준다. 기후위기 시대, 환경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는 지배구조로의 전환을 통해 탈탄소 혁신을 이끌어내면서 이를 사회전반으로 확산시키는 사회적 공기(公器)로 ESG가 운용되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ESG가 이렇게 역할하기 위해선 사회적으로 확장된 이해관계자의 연결망, 즉 시장, 국가, 시민사회 영역을 아우르는 (통섭하는) 이해관계의 연결망 속에서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아래 그림 참조). 이해관계자본주의에 기반하여 기업은 가치사슬에 연루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이익통합을 통해 환경적,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듯이, 탄소중립시대를 맞이하여 연결망에 들어와 있는 시민사회와 국가영역의 행위자들도 같은 방식으로 환경사회적 책임을 수행해야 한다. '환경 사회적 책임사회'로 전환을 이끌어 내는 실천규범으로서 ESG의 확대는 기업 ESG에서 정부 ESG와 시민사회 ESG로의 확장을 의미한다. 이 확장은 ESG의 사회적 생태계 조성과 맞물린다.

(정부ESG) 지금까지 ESG 논의는 기업 ESG에 국한하여 정부나 시민들과 협력을 강조하면서도 ESG관련 정부나 시민사회의 역할에 대해서 제대로 주목하지 안했다. 특히, 민간주도로 하더라도 ESG 생태계 조성에서 정부의 역할은 아주 중요하다. 기후위기 시대 정부는 ESG란 실천규범의 요구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할 뿐만 아니라 민간부문보다 오히려 더 솔선수범해야 한다. 민간부문으로 확대에 앞서, 공공기관, 지자체, 정부를 포함한 공공부문에 대한 ESG 전면 도입이 먼저 이뤄져야 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탄소중립과 그린뉴딜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할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ESG의 우선적 도입 및 확대가 필요하다. 

표준규범 및 평가체계의 부재, 평가기관 난립 등으로 발생하는 시장혼란을 줄이면서 ESG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선 정부가 그린산업의 분류체계(taxonomy)를 구축하고 범용적 ESG 표준체계를 작성하여 민간부문이 수용·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국형 ESG 정보 표준화와 공개의 법규화도 서둘러야 한다. 현재 기업지배보고서와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나누어진 ESG 정보를 통합해 단일 보고서로 작성하고 상장기업 대상 ESG공시 의무화 시점(2030년)도 앞당기고 중장기적으로 비상장 기업까지도 공시 의무화 대상으로 포함시켜야 한다. 평가(기관)의 공정성과 공신력 제고를 위해 ESG 평가업에 관한 준칙을 제정해, 평가기관의 등록, 평가업무에 대한 객관성·공정성의 검증 및 평가, 평가정보의 공개 등이 일정하게 관리되도록 해야 한다. 

중간조직으로서 가칭 ‘ESG진흥원’(별첨 참조)을 설치해 공공부문의 ESG 평가 및 민간부문 평가의 검증 및 지원, ESG 관련 정부역무 대행 등을 맡도록 해야 한다. ESG 관련 데이터 및 정보의 플랫폼을 구축하고 정보접근 체널을 다양화해 기업, 소비자, 공공기관 등 이해관계자별 정보접근을 제고해야 한다. 민간 부문(기업)의 ESG 관련 컨설팅 및 기술적, 재정적 지원도 ESG생태계 조성을 위해 중요하다. 특히 ESG 경영 도입의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대해선 자가진단 지원 및 맞춤형 컨설팅 등의 제공이 필요하다. ESG생태계 조성과 관련한 정부의 이러한 정책적 역할은 (가칭) ‘ESG(민간, 공공 대상) 작성 및 평가·운영에 관한 법’ 제정을 통해 규정되고, 총리실 산하 ‘(가칭)ESG 지원 위원회(시민사회, 기업, 정부로 구성)’의 설치·운영을 통해 관리·감독되도록 해야 한다.

(기업ESG) 민간부문 내에서 ESG의 확대는 개별 기업의 차원과 기업 간 관계 차원에서 각각 이뤄져야 한다. 먼저 개별 기업 차원에서는 제품의 전주기(life-cycle) 과정에서 이해 관계자 소통과 협력을 통해 환경 사회적 리스크를 원천적으로 감소하면서 혁신 성과를 사회화하는 것을 견인해내는 것으로 ESG가 확대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ESG를 SDGs와 연계 운용되도록 해야 하고, 재무적 관리지표와 통합 운용되어야 하며, (투자)리스크 관리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예, 그린스마트 공장화, 무탄소 제품 생산 등)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전환을 견인하는 것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ESG 지표 및 평가체계는 이를 반영할 수 있도록 섬세하게 작성·운용되어야 한다. 

정부가 기후변화 시대에 조응하는 K-ESG 표준규범(안)을 제시하면, 민간부문은 이를 기초로 다양한 평가지표모델을 개발해, 피평가기관들은 업종과 기업의 특성에 맞는 걸 선택해 평가받도록 해야 한다. 평가방법은 피평가 기관이 제공하는 검증 안 된 성과정보에 기초해 평가하는 것(성과중심평가)에서 기술·재정지원기관들과 협력해 혁신을 지속적으로 이끌어내는 책임경영의 과정을 평가하는 것(과정중심평가)으로 바뀌어야 한다. 개방적이고 과정 지향적인 평가기법·과정의 운용을 위해서는 평가기준·항목·방법의 사전고지, 평가대상기업(기관)의 올바른 ESG 데이터 제공, AI 알고리즘 기반의 과학적 평가기법 개발 및 활용, 시민참여 평가검토 패널의 운영, 평가과정 및 결과의 공개, 평가불만처리의 장치 등이 강구되어야 한다. 

기후위기의 임팩트를 감안하여 평가비중은 환경 60%, 사회 20%, 지배구조 20%로 배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업 간 관계에서 ESG 확대란 대기업과 상장기업 중심의 ESG 운용을 중소기업과 비상장 기업으로 확대를 의미한다. 우선 대기업의 협력계열에 들어와 있는 (비상장) 중소기업이 ESG을 시행하고, 나아가 독자적인 (영세)중소기업에까지도 확대해야 할 것이다. 중소기업의 ESG 없이는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산업의 탈탄소화 혹은 탄소중립화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은 ESG를 실제 감당할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중소기업의 ESG를 어떻게 이끌어내고 수행토록 할지는 많은 논의와 검토가 필요하다. 원청 대기업들이 하청 중소기업에 대해 ESG 자기 진단 프로그램을 개발해 지원하되, 중간조직(예, ESG진흥원, 대한상공회의소 등)들과 협력하여 중소기업 ESG 책임경영 도입 관련 각종 컨설팅과 기술·재정 지원을 제공하도록 해야 한다. 

ESG 지표 체계 및 평가방법도 중소기업 실정에 맞는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투자자 요구를 우선적으로 반영하는 대기업 ESG와 달리 중소기업 ESG는 환경 사회적 전환을 직접 이행하는 것(탄소감축, 순환경제 실현, 지역사회 기여 등)으로 운용되어야 한다. 한편 민간평가기관의 공정성, 신뢰성 제고를 위해 등록자격을 강화(전문성, 독립성, 업적 등)하고, 평가의 투명성과 공정성 제고를 위한 평가기준 및 방법 관련 정보의 공개, 평가민원 해소를 위한 ESG 옴부즈만 제도의 도입 등이 검토되어야 한다. 공개입찰을 통해 평가업무를 수행하고 평가단가도 표준화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ESG 확대와 관련하여 기업부문이 앞으로 가장 신경 써야 할 것은 시민(사회)과 소통·협력의 확대다. 엘리트 중심의 폐쇄적 ESG위원회를 시민 참여형 개방적 위원회로 개편·운영하고, 이해관계자로 시민(소비자)의 ESG 경영과 평가에 대한 다양한 참여를 보장하며, 경영책임자 및 이사회 차원의 이해관계자로서 시민과 지역사회와의 소통·협력을 의무화하고, 책임경영 평가에 시민과의 소통·협력의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   

(시민ESG) 이해 관계자의 이익통합·조정으로 ESG 책임경영의 확대는 기업의 직접적인 이익영역을 넘어 사회전반의 이익영역에 포진한 이해 관계자들과의 소통과 협력을 필요로 한다. 특히 시민(사회)는 기업 ESG에서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이자 파트너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 ESG에서도 마찬가지다. ESG의 범사회적 확장 혹은 생태계 속에서 시민사회 자체가 ESG의 실행주체이면서 생태계의 핵심영역을 차지해 가고 있는 것이다. 시민(사회)은 지금껏 소비자 개인, 주주 개인, 감시자 개인에 머물러 있었지만 앞으론 ESG의 능동적 실천주체로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ESG 실천에서 시민(사회)이 핵심 주체가 되어야하기 때문이다. 2050 탄소중립을 위해 단기적으로는 기업(산업)의 온실가스 감축이 중요하지만, 온실가스 감축이 탄소중립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즉 장기적으로는 시민들의 일상생활이 탈탄소화에 기반해야 한다. 이는, 기업 ESG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시민사회가 추구하는 SDG와 연동하거나 SDG 자체로 확장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경영의 문제나 기술의 문제에서 가치(예, 행성적 지속가능성)의 문제나 미래세대의 문제로 ESG의 전환(확대)은 결국 시민사회가 앞장서서 요구하고 실천해야 할 바다. ‘ESG+SDG 연동 캠페인’이나 ‘환경 사회적 전환을 위한 가치운동으로서 ESG 시민운동’의 전개를 통해 ESG의 건강한 사회적 토양이 만들어지게 된다는 뜻이다. 투자자 요구를 반영하는 ESG에서 환경 사회적 전환을 선도하는 ESG로의 역할 확대도 이러한 사회적 토양에서만 가능하다. 시민(사회)의 ESG 역할은 ESG 책임경영에 대한 직·간접의 참여로 우선 확대되어야 한다. 시민주주제의 도입과 확대로 ESG 책임경영에 직접 참여하거나 경영책임자 및 이사회와 소통·협력을 통해 ESG 책임경영에 간접적으로 참여하는 등이 구체적인 실행방법이다. 시민사회는 이러한 참여역할을 스스로 찾는 다양한 노력을 해야 한다. 

가령, 시민(사회)의 관점에서 기업이나 공공기관의 ESG 위원회 구성 및 운용에 관한 준칙 제정을 제안하고 이에 근거해 위원회의 민주적·개방적 운영을 요구하거나 그 활동을 모니터링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ESG위원회 참여는 기업과 공공기관의 ESG평가 과정에 대한 시민(사회)의 참여 방법이기도 하다. 시민(사회)의 참여역할에는 민간기업, 지자체, 정부의 ESG활동에 대한 모니터링이 중요하게 포함된다. 특히 민간기업의 ESG 워싱, 그린워싱 감시는 시민(사회)의 몫이다. 주요 평가기관의 ESG 평가에 대한 검증도 이젠 시민사회가 자발조직(단체)을 만들어 일정하게 담당해야 한다. ESG의 베스트 프렉티스(best practice)를 자체적으로 발굴해 사회적으로 확산시키는 것도 시민(단체)들이 해야 할 역할이다. 시민사회연대체 주관으로 매년 ‘ESG 베스트 기업, 베스트 프렉티스’를 선정 발표하고 이의 확산을 위한 캠페인의 전개 등이 구체적인 실행방법일 것이다. 보다 임펙트가 큰 시민(사회)의 ESG 역할은 ESG 기반 소비 캠페인을 전개하는 것이다. 소비주권을 기반으로 ESG 평가 우수기업의 제품을 선택적으로 소비하는 시민운동은 시민주도의 ESG 소비시장을 형성하고 기업의 ESG 책임경영을 사회적으로 강제하는 데 주효한 시민적 실천이다.

‘ESG시민정보허브’의 설치·운영은 시민(사회)이 필요로 하는 ESG 관련 정보 및 정보 접근성을 제공함으로서 중요 이해관계자로서 시민(사회)을 중심으로 하는 ESG 실천규범을 만들고 확산하는 데 기여하게 된다. ‘ESG시민지원센터’의 설립도 적극 검토되어야 한다. 시민주도의 ESG 평가 및 모니터링, ESG 시민전문가 육성, ESG 운동 단위 간 연대, ESG 정보의 생산, ESG 공동캠페인 전개 등이 센터가 담당할 역할 과제다. 시민사회의 ESG 책임성에 관한 원칙과 규칙을 제정하고, 주요 시민단체의 자체 ESG 평가 및 교차 검증을 실시하며, ESG 활동성과 등을 시민사회백서로 발간하는 등도 추진되어야 한다. 특히 ESG 책임성 강화를 위해 시민단체들이 자발적으로 ESG 정보를 공시하고 평가와 검증을 받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끝으로 시민 하나하나가 ESG의 능동적 실천 주체가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ESG 교육의 확대가 절실하다. 지자체와 협력하여 추진하는 지역사회 중심의 ESG 시민교육 활성화가 특히 중요하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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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2021c, ‘이억원 1차관, ESG 관련 전문가 간담회 개최’ (기재부 보도자료, 20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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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성, 2021, ‘ESG 경영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서울신문>> (2021년 5월3일자).
리베카 헨더슨 지음, 임상훈 옮김, 2021, <<자본주의 대전환>>, 서울: 어크로스.
매일경제신문, 2021, <<이것이 ESG다>>, 서울: 매일경제신문사.
산자부, ‘한국식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지표 정립 본격 착수’(산자부 보도자료, 2021.4.21.)
이창언, 이흥연, 2021, ‘SDGs, ESG 경영의 세계적 동향과 과제’, 한국지속가능발전학회 2021년 <<SD 민·관·학 네트워크 학술세미나: 탄소중립 2050과 ESG 경영 – 당진의 현안과제>> 발표논문.
임성택, 2021, ‘ESG와 시민사회’, <<경향신문>> (2021.5.3.일자).
요시세피, 에드가 블랑코 (김효석, 류종기역), 2021, <<벨런싱 그린>>, 서울: 리스크 인텔리전스 경영연구원.
조신, 2021, <<넥스트 자본주의, ESG>>, 서울: 사회평론.
조명래, 2021, ‘탄소중립의 이해와 지역화 방안’, 한국지속가능발전학회 2021년 <<SD 민·관·학 네트워크 학술세미나: 탄소중립 2050과 ESG 경영 – 당진의 현안과제>> 기조발제문.
최남수, 2021, <<ESG경제 이해하기>> (379회 도산아카데미 리더십 포럼 발표 자료(PPT), 2021.5.21.).

*각주 : 이 기고문은 2021년 9월 17일 한국ESG학회 제1회 학술대회에서 기조연설로 발표한 것임을 밝혀 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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