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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청소년들의 기후재판 승소는 '헌법적 가치'의 승리

작성일 : 2016-05-19 23:49

글로벌에코= 미국 연방정부를 상대로 청소년들이 제기한 기후변화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이 나왔다. 지난 4월 29일 워싱턴 주 킹 카운티 고등법원 힐(Hill) 판사가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림에 따라 워싱턴 주 생태부(Department of Ecology)는 올해 말까지 탄소 배출 저감과 관련한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주정부는 자연자원과 관련하여 대중의 이익과 권리를 보호해야 할 법적인 의무를 지닌다”는 판결은 이미 지난해 11월에 내려졌다. 하지만 당시 판결은 생태부에 새로운 탄소 배출제한 규정 제정을 명령하지는 않았다. 지난해 7월 워싱턴 주지사가 탄소배출 저감 계획안을 주정부에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2월 생태부가 탄소 배출 저감 규정안을 철회한 것은 과거 판결이 지닌 한계가 드러난 결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생태부는 보다 강력한 규정을 새로 마련해 공표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이번에 미 연방정부와 화석연료 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원고는 시애틀 지역에 거주하는 청소년 8명이다. 이들은 오레곤 소재 비영리기구인 ‘우리들의 어린이신탁(Our Children's Trust)’이 제공하는 도움을 받고 있다.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이 미흡하다며 청소년들이 제기한 소송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미국에서는 현재 5개 주에서 유사한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비영리단체인 우르젠다 재단이 900명에 가까운 네덜란드 시민(청소년이 주축이었음)을 대표해 정부 상대로 낸 소송에서 헤이그 법원은 승소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원고들은 연방정부가 미국 수정 헌법 제5조의 ‘동일하게 보호받을 권리를 위반했으며, 청소년들을 차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후변화 대응에 실패함으로써 ’건강한 기후‘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을 차단하고 “누구라도 정당한 법의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생명, 자유 또는 재산을 박탈당하지 아니할 권리”를 청소년들로부터 빼앗았다는 것이다.

 

원고들의 고소는 이론적 근거를 공공신탁이론(public trust doctrine)에 두고 있다. 공공신탁이론의 골자는 영국관습법에 따라 “정부는 현세대와 미래세대의 이름으로 자연 자원과 시스템을 보호할 의무를 지닌다”는 것이다. 공공신탁이론은 토마스 제퍼슨이 기초했던 마그나 카르타에도 반영되어 있으며, 이를 인용한 판례도 이미 1800년경에 나왔다는 것이 원고 측의 주장이었다.

 


반면 피고인 연방정부와 화석연료 산업의 대리인들은 “연방 법원이 원고들의 손을 들어줄 경우 행정부의 권한에 대한 사법부의 심각한 침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논리로 맞섰다. 또한 헌법에 보장된 권리의 침해를 다투는 모든 재판은 정부가 헌법적 권리를 제한했거나 권한을 남용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데, 원고들은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행동’의 실패를 근거로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에 재판이 진행되어야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원고들은 연방정부는 기후변화 대응에 실패했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기후변화를 가속화하는데 기여하는 정책을 펴왔기 때문에 문제라고 주장했다. 화석연료의 채굴과 가공, 소비, 수출을 허가하고 보조금을 지급해온 것은 미래세대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또한 원고 측 대리인들은 교도소 개혁과 관련해 2010년 연방대법원이 내렸던 판례를 인용했다. 이 판례는 연방 정부로 하여금 죄수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교도소 수용인원의 한계를 의무적으로 설정하도록 한 것이다. 이 판례를 기후변화에 적용하면 연방정부는 미국 시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온실가스 배출 억제를 위한 강화된 기준과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불과 이틀 전인 5월 17일 매사추세츠 주에서도 청소년들의 승소 판결이 나왔다(관련 내용보기). 연방 정부를 상대로 낸 기후재판에서 원고들의 손을 들어준 이번 판결이 전 세계에 어떤 파급력을 가지게 될지 지금으로서는 가늠하기 힘들다. 분명한 것은 이번 판결이 “우리는 기후변화로부터 보호받을 헌법적 권리를 갖고 있는가?” 그리고 “기후 위기는 곧 헌법의 위기이면서 동시에 민주주의의 위기가 아닌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사실이다(기후변화행동연구소 김미형 해외연구위원/안병옥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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